넋두리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동 2021. 10. 19. 22:32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코로나라던지,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 상승 등의 사건사고들을 온 몸으로 겪어내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 훗날 내 아기가 몇 대를 지나서 현대 사회의 이 순간을 역사책에 기록한다면 어떻게 기록될까 상상해본 적이 있다.
우리는 선사시대,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역사를 배우고 있으니 현대라는 용어가 우리 시대를 대표한다면 지금은 현대 중기쯤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중세에서 근대로 프랑스 혁명과 산업 혁명이 일어났고, 현대로는 정보 혁명과 자본주의 혁명이 있었듯이 현대도 무언가의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큰 혁명이 있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보통 그 혁명은 다수의 인류가 작금의 문제를 견뎌내는 임계점을 넘어 폭발했을 때에 발생한다고 보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 현대 사회에 지금도 불거지는 자본주의의 양극화라던지, 비대칭적인 정보 구조 등의 문제들이 곪아 터지면 혁명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현대의 초기 사회는 신분이 무너지고 근대의 기득권이 무너져 마치 달리기를 시작하는 선에 옹기종기 몰린 사람들이 요이- 땅! 하는 출발선에서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모습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큰 자본가가 될 수 있고, 비트코인만 잘 해도 성공하는 삶. 아메리칸 드림이 펼쳐지고 내 능력만 발휘하면 중세와는 달리 내가 기득권이 될 수 있는 삶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기업의 세계화로 자본이 자본을 낳고, 기업의 독과점은 심화되며, 재벌은 체제를 공고화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산의 가치는 오르고 노동의 가치는 떨어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이 상황이 점차 심해지면, 우리는 중세와 고대 그리고 근대의 계급사회를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자본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구분되어 서로 계층이동이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회로 들어가면, 미래의 우리 후손은 그 시기를 현대 중기 정도로 보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자본을 가지지 못한 서민인 나는 결국 많은 집 등의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 세를 들어 살아 매달 내 노동의 댓가의 일부를 지불하며 여생을 살아가야 한다. 마치 중세의 소작농처럼 보이지 않는가? 땅을 가진 지주에게 세들어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삶. 흉작이 들어도 세는 내야 하는 것이 마치 실업을 해도 월세는 깎을 수 없는 나와 너무도 닮아서 소름끼쳤다. 이제 점차 우리도 유럽처럼, 성숙해진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갈수록 더욱 자산을 소유한 사람과의 차이가 벌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나의 한 살 아들에게도 물려주어야만 하는 나는 퍽이나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넷플릭스에서도 상류층만 쳐다보고, 항상 가진 자의 삶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요즘 난리인 이유도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서 피어오르는 이런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나도 두려우니까, 알면 더 두려울 것이니까.
기본소득은 마치 로마 시대에서처럼 우리에게 최소한의 삶만 이어나갈 수 있게 하지 결코 풍족한 기득권의 소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특권층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대학 나오고 알것 다 아는 비교적 똑똑해진 노예이자 농노이자 프롤레타리아로서 본능적으로 나의 가난과 낮은 계층을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부동산이며 자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자본주의에 혁명이 없다면, 체제에 순응하여 살아가기 위해 기를 쓰고 해엄쳐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일의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며.